이런저런 생각/캐나다

이직 확정

Amberrr 2021. 12. 1. 03:08

지난 9월 한국을 다녀온 후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실 한국을 가기 전부터 이직을 준비하던 중이라 한국을 가기 직전 면접을 봤던 회사에 붙을 줄 알고 여차저차 휴가를 쓴 건데 결국 최종에서 떨어졌다. 솔직히 나는 거의 98프로 붙을 줄 알았다. 진짜 난 됐다고 생각했는데, 김칫국만 한 사발 마신 격이 돼버렸다... 현재 회사와 비교했을 때 복지 연봉 그다지 차이가 없지만 좀 더 배울 것들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 나도 꽤 고민을 하다가 최종 면접 (두 번째 면접)까지 본거였는데 떨어지다니...ㅋㅋㅋ

 

그 이후로 몇몇 회사와 더 면접을 봤다. 조급해 하진 않지만 그래도 인터뷰 기회가 오면 대부분 응했는데, 보통 첫 인터뷰는 Zoom이나 Microsoft Team으로 화상면접을 하고 맘에 들면 그다음에 회사로 오라고 해서 두 번째 면접을 진행한다. 사실 코비드 전에는 전화로 pre-interview를 한 10분? 15 분하고 그리고 대면 면접을 봤었는데 약간 풍토(?)가 바뀐 거 같다. 

 

아무래도 화상면접이다 보니 최소한 상체 복장이라던지 얼굴 화장 등등 보이는 점에도 더 신경 써야 하는 불편함과,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화상 미팅의 그 어색함을 극복해야했다. 그렇다. 나는 아직도 화상이 어색하다... 왠지 모르겠는데 만나서 얘기하면 내가 말을 해야 하는 타이밍 아니면 상대방이 말해야 되는 타이밍 이런 미묘한 대화의 성질을 파악하기 쉬운데 화상에다가 영어까지 쓰면서 나를 어필하려니 심리적인 압박이 좀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인터넷 상태라던지 마이커/스피커 세팅도 중요하다. 나는 목소리가 작은 편이라 내가 뭐라 하는지 사람들이 종종 되묻는 편인데 (액센터는 덤), 이렇게 화상으로 얘기할 땐 평소보다 조금 더 크게 얘기해야 상대가 잘 들리는 것 같다. 

 

사실 인터뷰의 성공여부(?)는 내가 느끼기엔 면접을 보는 분위기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회사마다 첫인상이 존재하는데 면접관들의 면접 스타일이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면접은 어찌 보면 소개팅이다. 어느 정도 우호적이고 면접 자체가 대화 위주다 보면 회사가 나랑 맞겠다 아니다가 어느 정도 감이 오는데, 어떤 회사는 형식적인 질문-답 질문-답 이런 식으로 진행을 해서 면접이 끝나면 내가 잘한 건지 못한 건지 이 회사가 나를 맘에 들어한 건지 아닌지 아리송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이런 회사에 붙었다는 가정하에 가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별로 잘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어찌 되었건 결국 최종 잡 오퍼를 약 2주 전에 받았다. 하루 이틀 남친이랑 상의해보고 결국 사인을 했다. 일요일에 사직 레터 (regisnation letter라고 구글에 치면 샘플 엄청 나옴)를 작성해서 월요일 아침 현 회사 매니저에게 보냈다. 약 일주일간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해서 조용히 지내다가 일주일 되니 내가 사직한다는 전체 공지 이메일이 나갔고 몇몇 친한 동료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다. 가장 아쉬운 건 나랑 3년 가까이 같이 일한 직속 매니저인데 매일매일 가까이 일을 해서 그런지 좀 아쉽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직은 항상 복합적으로 장단점이 있다. 즉, 잃는 것과 얻는 것이 존재하다. 어느 회사이건 완벽한 곳은 없다는 걸 알기에 결국은 그곳에서 내가 어떻게 적응하고 배우고 성장하느냐가 주 관건이다. 초반엔 모든 것이 새롭고 스트레스도 받겠지만.. 그래도 또 금방 익숙해지겠지. 이제 매일 출근을 해야한다. 거리도 멀어졌다. 물론 연봉은 약간 상승했지만 교통비와 시간을 따지면 잃는 면이 더 많다. 그래도 성장의 기회가 더 많다. 내게 중요한 건 배움의 기회와 내 커리어가 다져지는 것이기에 결국은 이직이 맞다는 답을 찾았다. 

 

한국은 아무래도 대기업 = 좋은 회사라는 경향이 아주 강하고 대기업을 다닌다는 직원들의 부심 그리고 주변의 부러움 등등이 있는데 (특히 신입사원일때), 이곳은 대기업이라는 개념이 그다지 없다. 최소한 내가 느낀 건설업계는 그렇다. 당연히 큰 회사가 유명하긴 하다. 그럴 수밖에. 하지만 그렇다고 큰 회사가 더 좋고 돈도 더 많이 버는 건 아니다. 여기나 저기나 엇비슷하다. 한국처럼 대기업 vs. 중소기업의 개념이 없고 사람들의 우월 의식도 없다. 근데 이건 어느 직종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IT 쪽이면 차이가 확실히 나는듯하다. (주변의 카더라 통신..) 다만 내가 이번에 느낀 것 중 하나는 큰 회사에서 이직은 좀 수월하다. 왜냐면 다들 그 큰 회사에서의 경력을 궁금해하고 크게 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학교를 졸업 후 입사한 곳은 굉장히 큰 회사였다. 그래서 그런지 두번째 (현재) 회사로의 이직이 너무나 수월했다. 난 첨에 내가 잘난 줄 알았는데ㅋㅋㅋㅋ 이번에 이직하면서 깨달았다. 사람들은 큰 회사에서의 경력을 좋아한다. 그리고 왜 그만뒀는지 궁금해한다. 이제 곧 들어가는 회사가 내가 다닌 첫 회사와 아주 비슷한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 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첫 번째 회사에 대해 아주 자세히 물어봤다. 아마도 첫 번째 회사가 나의 이직에 도움을 준건 확실하다. 

 

내일은 현회사 마지막 출근 일이다. 노트북, 핸드폰 등등 초기화해서 반납해야 할 것들이 있고 인수인계라고 까지 말할 건 없는 약간의 off load가 있다. 그리고 일주일의 휴식 후 12월 초에 새로운 곳으로 출근이다.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이 있다. 잘할 수 있겠지! 주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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