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남친과 같이 집을 구매하면서 부모님께 우리들의 동거 사실을 말씀드렸다. 부모님이 어떻게 반응하실지 몰라 꽤 오랫동안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빠는 내가 결혼이라는 법적 장치 없이 남자친구와 집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시며 결혼/동거에 대해 넌지시 의견을 물으셨다.
내가 동거 사실을 부모님께 처음부터 말씀 드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의 이해를 얻지 못할것 같은 두려움이 컸고 (어찌보면 부모님을 실망시킬 수 있다는 생각) 남친과 평생의 반려자가 될것이라는 100프로의 확신이 그 당시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캐나다와는 달리 한국에서 아직까지 동거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이고 특히나 여자라면 주홍글씨 같은 낙인이 찍히는게 두려웠다. 비록 내가 한국에 살진 않을지언정....
재미있는것은 이곳에서 나의 지인들은 물론 회사 동료들까지도 나의 동거 사실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이게 특별히 이상한 일이 아닌데 유독 한국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가 옳다 그르다를 얘기하는게 아니라 문화의 차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된다. 개인주의가 강한 서구와 유교사상이 강한 동양의 다름이다. 근본적으로 '나'가 주체가 되느냐 아니면 '우리'가 되느냐의 차이이기도 하다. 여기는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내 인생이고 나의 행복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남일에 별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반면, 동양에서는 결혼이란 한 집안의 큰 행사이자 가족간의 대소사를 기리는 행사이기도 하기에 나만 좋다고 함부로 동거를 결정할 수가 없다. 물론 요즘의 추세가 많이 바뀌고 있다라곤 하지만, 여전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동거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은건 사실이다.
글을 쓰기전 동거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 찬반 토론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내게 의견을 묻는 다면 나는 Yes. 하지만 한국에서 동거라면 No. 한국에서 살아도 나는 썅 마이웨이 남 신경안쓴다면 Yes. 근데 그 문화적 압박이 크기 때문에 과연 내가 남 시선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동거의 단점들을 읽으면서 내 의견을 써보자면..
☝️ 무책임한 동거는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적절한 피임 없는 동거 생활 중 아이가 생긴다면 결혼 의사가 없던 두 남녀관계는 복잡해지기도 한다.
: 이건 동거를 하는 커플에게 아이가 생기던, 동거를 안하는 커플에게 아이가 생기던 복잡해지는건 매 한가지인데...?? 동거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된 피임을 하지 않은게 문제의 핵심이다.
☝️결혼의 신성함이 퇴색될 수 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하며 동거를 해보고 결혼할 수도 있고, 꼭 결혼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결혼에 대해 경시한다면 굳이 동거를 통해 상대방을 알아본 후 신중하게 결혼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결혼을 했다가 싫으면 이혼을 하면 되는 것이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이혼에 대해서 부정적 시각일 뿐 아니라 결혼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한 신성한 결혼을 동거를 통한 후 이뤄진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 신성함, 경건함? 이런말은 혼전 순결을 지키는 자들만 할 수 있는거 아닌가?ㅎㅎ
☝️결혼에 골인을 못했을 경우 깊은 상처를 남길 수 도 있다.
: 일단 동거의 최종 목적이 꼭 결혼이 아닌 사람들도 많으며, 이건 남녀가 사귀다 헤어지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으므로 결혼해서 살다보면 서로에 대해 실망하는 부분도 있고 싸울 수도 있는데 결혼생활을 통해 그러한 서로 부족한 부분을 감싸며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과는 다르게 동거생활에서는 믿음을 지니고 있기가 힘들어 쉽게 헤어지게 된다.
: 그럼 헤어지면 되지 뭐가 문제라는 건지; 사귀는 사이어도 쉽게 헤어지는데..차라리 이혼보다는 동거하다 헤어지는게 낫지 않나..?
한국도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동거를 찬성하는 문화가 되면 좋겠다는게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영향을 덜 받고 타인의 인생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그런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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