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국제연애

[국제연애] 우리의 돈관리 (데이트 비용에 대한 생각)

Amberrr 2020. 3. 26. 10:58

캐나다인 남자 친구와 교제를 하다 보니, 우리의 생활방식 또는 데이트 방식에 대해서 종종 질문은 받곤 한다. 특히 경제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장을 보고 월세는 어떻게 내고 외식을 하게 되면 누가 계산을 하는지와 같은 돈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모두 나의 지극히 주관적 경험과 생각이 들어간 글이니 부디 모든 국제커플들이 다 이럴 것이라는 일반화의 오류는 범하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우리는 둘 다 30대 중-후반으로 각자 직장이 있으며 동거를 하는 중이다. 

 

 

 

<월급>

일단 기본 경제권은 각자가 관리를 한다. 나는 내 월급을 그는 그의 월급을 알아서 관리 중이다. 다만 우리는 서로의 연봉/시급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알고 있는데 얼마 정도 매달 저축을 하는지, 현재 얼마나 돈을 모았는지 등등 일상적으로 편하게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의 경제적 상황을 꿰고 있는 이유는 우리는 미래를 함께 한다는 전제가 바탕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초창기 데이트만 하는 관계라면 이런 사적인 영역을 공유하기가 힘들 수 도 있단 생각이 든다. 이건 한국도 당연한 것이고. 

 

우리가 이렇게 서로 공개를 하고 있지만, 하나의 통장 계좌에 월급을 합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나의 경험상 또는 들은 바로는 많은 캐나다인들이 돈 관리를 그렇게 잘하지 않는다 얘기를 종종 들어서 내가 그에 대해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풀어서 얘기하면 많은 캐나다인들이 돈을 잘 모으지 않고 버는 족족 쓴다라는 것인데 절대 일반화는 아니고 그런 경우가 한국에 비해 많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돈은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기에 어느 누구가 내가 관리를 하겠다 말겠다 할 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보면 신랑의 월급을 다 관리하는 국제결혼을 한 언니가 있으니 역시나 이건 캐바캐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의 경우는 공동으로 월급을 관리하는게 가장 흔한 경우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생각해보니 울 아버지도 엄마에게 월급을 전부 맡겼었다. 아버지만 일을 하셨기 때문에 살림을 하는 엄마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게 어찌 보면 당연(?)스럽기도 하지만, 내가 사회인이 되어보니, 내가 번 돈이 그냥 공동 통장으로 간다는 게 조금은 허무(?)한 느낌이 든다. 내가 cotrol 할 수 없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쓰고보니 이건 '신뢰'가 있느냐의 주제로 넘어가는 것 같다. 내가 남자 친구를 신뢰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를 아직 나와는 구별된 '타인'으로 보고 있다는 뜻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타인은 맞지. 우리는 언제든 남남이 될 수 도 있는 사이이니까. 아마도 이게 나의 가장 깊은 무의식 속의 정당화가 아닐까 싶다. 

 

<월세>

월세를 포함한 유틸리티비(인터넷과 케이블) 합산하여 반반 내고 있다. 집주인이 현금만 받는다고 하여 매 월말 월세의 절반을 남자 친구의 은행 계좌로 보내면 그가 현금으로 뽑아와서 드리고 있다. 월세가 한두 푼이 아니기 때문에 이걸 한쪽이 다 부담한다는 것은 기대하지도 않고 평등하게 나눠서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너무 당연한 것이라서 이점에 대해선 별로 쓸 말이 없다. 추후 우리가 집을 공동으로 구매하여 모기지를 갚아 나간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끔 상상하기도 한다. 만약 내가 사랑하는 그가 소위 '집 있는 남자'라면 어떨까? 아마도 훨씬 편했겠지. 하지만 그건 하나의 조건에 해당하는 것이고  더 중요한 것들, 특히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의미가 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특히나 짧은 연애가 아닌, 인생의 동반자라는 긴 안목으로 볼 때 말이다. 당연히 돈은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이다. 남녀가 헤어질 수 도, 가정을 박살 나게 하는 것도 돈이 될 수 있다. 내 남자 친구가, 남편이, 배우자가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보다 내가 그만큼을 벌 수 있는 여자가 되는 게 훨씬 멋지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 중이다. 

 

<장보기>

내가 보통 장을 보는 날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이고 한인 슈퍼에 가서 장을 본다. 반면 그는 화, 수, 목요일 쉬는 날이고 현지 슈퍼에 가서 장을 본다. 이렇듯 따로 장을 보는 습관 때문에 사실 나눠내는 게 없다. 간혹 같이 장을 볼 때가 있는데 내가 장을 볼 때 그가 뭘 더 집어 넣는다고 따로 계산하지 않고 내가 다 계산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럼 그렇게 장을 봐와서 음식을 같이 먹을까? ㅎㅎ 우리는 모든 음식을 다 같이 먹는다. 물론 따로 먹고 싶을 땐 그렇게 할 때도 있지만 최소한 저녁은 같이 먹는다. 너 음식 내 음식 음식 이렇게 나눈다는 게 좀 웃기기도 하고. 다만 장을 볼 때 각자가 더 자주 사는 물건이 있다. 예를 들자면 고양이 사료와 배변 모래는 그가 더 자주 사는 편이고 나는 휴지와 키친 티슈를 더 많이 사는 편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이렇게 나눠졌다. 집안일처럼 내가 더 잘하는 게 있고 남자 친구가 더 잘하는 일이 있듯이 생필품도 자연스럽게 누가 부담하는지 분리가 되었다. 정말 세세히 들어가면 너무나도 많은 아이템들이 있다. 자잘하게는 치약, 비누, 샴푸 부터 시작해서 가전 제품 등등. 이런것은 어떠한 답이 없다. 주로 쓰는 사람이 사면 같이 쓰는 것이고, 금액이 큰 아이템이라면 서로 의논해서 반반을 하던 아님 그냥 한쪽이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이래서 대화라는게 필요한것 아니겠는가. 

 

<외식>

우리가 처음 만나 데이트를 할 때 참 많이 외식을 했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요즘은 집에서 거의 해먹는다. 현재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시기에 어차피 나가서 사 먹고 싶어도 사 먹을 곳이 없는 처지이긴 하나, 외식을 할 때 우리는 절대 더치를 하지 않는다. 그럼 남자 친구가 항상 사는가? 아니다 ㅎㅎ 우리는 번갈아 가면서 산다. 물론 데이트 할 때는 남자 친구가 더 자주 샀던 것 같다. 그 당시 내가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그는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캐나다는 워낙 물가가 비싸고 거기에 팁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외식을 할때는 번갈아 가면서 계산을 한다. 나는 가끔 내가 살 때 내 카드를 주고 대신 결재하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왜냐면 이곳은 데이트를 할 때 주로 남자가 내기 때문에 혹시라도 자존심 상할 까 봐서...ㅎㅎ

 

경제적인 부분을 어떻게 분담하는지 설명을 했는데 내가 말한 것들이 모두 칼같이 꼭 그렇게 된다는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 flexible 하게 조정해 나가고 있다. 둘다 비슷하게 버니 비슷하게 부담하는게 가장 자연스런 이치라고 생각한다. 글 서두에 언급하였듯이 국제 커플을 대표하는 게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 패턴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