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역이민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진다.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보자면 이곳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다시 한국으로 이주해 살것 같진 않지만 과연 내가 다시 돌아간다면 어떠한 삶을 살게 될지 고민을 하고 있다. 고민을 하고 있다는거 자체가 그 가능성을 아예 무시 하는것은 아닌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생각만 깊어진다.
2013년 직장에 사표를 내고 그 당시 모았던 모든 연금성 저축과 펀드를 정리하고 돈을 긁어모아 캐나다에 가기로 결심했을 때는 내 나름의 목표가 있었다. 캐나다 사회에 들어가서 이민자로 살아가기였다. 즉, 처음부터 한국을 떠나면서 이민을 염두해 두고 있었는데 나의 계획에 대해 아빠, 엄마 두분은 아주 상반된 반응을 보이셨다.
아빠는 해외에 나가서 꿈을 펼치며 자유롭게 살아보라는 입장이셨고 다소 보수적인 엄마는 그래도 한국에서 살아야 되지 않겠냐라는 반응이셨다. 아무래도 아빠의 어린 시절은 본인의 꿈을 펼치시기에 가난한 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최소한 자녀인 나라도 자유롭게 살기 바라셨던것 같다.
이곳에 와서 학교를 다니고 졸업을 해서 직장을 잡아 일을 시작했음에도 나는 한국을 바로 방문하지 않았다. 그 뒤로 약 2년 뒤 내 힘으로 이민을 마치고 난 후 한국을 방문했다. 난 항상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고 부모님을 다시 뵈었을때 내가 목표한 것들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이곳에서 이룬것들 그리고 정착한 것에 대해서 엄마는 별로 행복해 하지 않으신다. 내가 이민을 하였다고 말씀드렸을때, 그리고 이르면 올해 아니면 내년쯤 집을 장만하게 된다고 말씀 드렸을때 엄마는 많이 화를 내셨고 서운해 하셨다. 나는 매정하고 독한 딸이 되었다. 하지만 엄마를 전혀 원망하진 않는다. 가족보다는 내 인생, 내 목표만을 향해 달려왔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는 내가 캐나다에서 공부만 마치고 돌아올거라는 기대를 가지셨고 엄마에게 이러한 나의 소식은 정말 영영 떨어져 살아야되다는 확인이 되어버렸다.
2018년 한국 방문 직전 나는 엄마의 암투병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내가 걱정할까봐 암투병이 끝나 회복기에 접어들기까지 내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은 엄마를 보면서 죄책감을 많이 느꼈다. 부모님께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고,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살아야 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얼른 집을 장만해서 부모님이 오셨을때 자유롭게 몇달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캐나다에서 쉬시다 가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엄마는 그런거 다 필요없고 한국으로 와서 얼굴보고 살자고 하신다.
옛말에 효도도 부모님 살아계실때 할 수 있다고 후회할땐 늦는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내가 그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건 아닌가 자꾸 돌아보게 되고 조마심이 난다.
캐나다로 떠나던 28살의 나는 뭐든 할 수 있을것 같았다.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캐나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결코 늦은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35살 현재의 나는 지금까지의 생활을 버리고 한국에서의 또 다른 새로운 삶에 용기가 나지 않는다. 캐나다 사회에 적응 하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스트레스을 겪었고 이러한 경험이 물론 나를 성장하게 하였지만 돌이켜 보면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 아마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것이다. 이대로 모든걸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이러한 나의 노력들이 다 수포로 돌아가는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그 동안의 시간과 노력들이 아까워서 내가 캐나다에서 살아가는것은 아니다. 가족만 나와 이곳에 있다면 한국에서의 생활이 그립다거나 다시 돌아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고 내 인생의 또 다른 목표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겪는 부정적인 감정은 일상에서 오는 짜증, 분노, 우울, 무력감...이런것들이 대부분인데 어제는 엄마와의 통화 후 너무나 슬펐다. 엄마의 슬픈 감정을 느꼈을때 나도 너무나 슬펐다. 오후에 아빠가 전화하셨는데 괜히 받으면 울것 같아서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늘 한국의 채용사이트를 몇군데 들어가보았다. 대학 졸업 할 무렵 그렇게 들락거렸던 사이트인데 오랜만에 들어가니 새로웠다. 요새 고용시장이 어떤지 감이 잘 안온다. 아빠 말씀으론 한국도 청년 실업률이 높고 요새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 내가 가진 스펙이 경쟁력이 있는지 모르겠다.....정말 답이 없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곳에 사는것도 아닌데 엄마 말씀을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내 인생 내가 알아서 결정하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이 많다. 일단 올해 한국부터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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