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연락을 하다 보면 캐나다 생활이 어떠냐고 종종 물어온다. 특히나 어린 자녀를 두신 분들은 자녀 교육 때문에 나도 캐나다 한번 가볼까? 하며 관심을 보이시기도 하고 아무래도 현지에 있는 나의 캐나다 생활 만족도를 물어보시는데, 어떻게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왜냐면 일단 행복하다 또는 만족한다의 범주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흑과 백이 아니라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영역이기에 이 얘기를 하려면 대답이 엄청 길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개인에 따른 차이가 너무 커서 나는 행복하더라도 처한 입장에 따라 어떤 사람은 지옥이 될 수 있어서 섣불리 저는 너무 행복해요 (또는 행복하지 않아요)라는 주관적 입장이 듣는 이의 결정에 영향을 끼칠까 봐 그 점도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이민이 그렇게 간단한 주제는 아니지 않은가. 이런 질문에 내가 당장 해줄 수 있는 대답은 "놀러 와 보세요"이다. 실제 와서 한 달, 3달 또는 1년 직접 살아보고 결정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할 수 없는 분들이 많지 않기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내가 느끼는 캐나다 이민 만족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행복과 불행을 이야기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행복의 수치는 내가 어디에 있느냐, 얼마나 가졌느냐 이런 물질적 수치가 아니라 결국엔 본인의 마음에 달린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물리적 수치도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사항은 바로 마음먹기에 다르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확실히 해야 할 것은 여행으로 외국을 방문하는 것이 아닌 터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민'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쓴 견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나의 이민 생활 행복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직장 생활이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업무의 만족도, 연봉, 복지, 고용 안정성, 소속감 등등 실로 직장은 삶의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이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어디에 살든 일단은 먹고살아야 할 수입이 있어야 되고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들다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도 있다. 이런 걸 한국에서는 소위 워라벨 (work and life balance)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캐나다는 한국에 비해 업무 스트레스가 훨씬 적은 편이고, 법적인 보장, 예를 들면 오버타임에 대하여 법적 추가 수당이 보장되는 등 불합리함을 당연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가 있듯이, 현지에 있는 한국 업주들 또는 악덕 사장을 만나면 사실 이러한 기본권 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민을 미끼로 그러는 경우도 있고 또는 영주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언어적 차별로 인해서 사람을 만만하게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한국인들의 경우 캐나다에 와서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할때, 영어 실력이 괜찮고 바로 면접을 봐서 경력을 인정해주는 회사에 취업을 하면 정말 좋지만 그 반대로 갑질이란 갑질을 다 하는 고용주를 만날 수 도 있으니 조심하여야 한다.
이민 결정의 또 다른 영향 요소. 바로 아이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악덕 업주 밑에서 일을 하더라도 자녀가 있으신 분들은 자녀들 교육 면에서 만족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참고 버티시는 분들이 많다. 사실 나는 아이가 없기 때문에 캐나다 교육 시스템이 정확히 어떻게 운영되는지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내가 볼 때 가장 큰 장점은 아이를 캐나다의 다문화, Bi-lingual 환경에서 키울 수 있고 한국의 입시 지옥을 경험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입시 전쟁, 주입식 교육, 사교육을 생각했을 때 이곳 부모들은 아이들을 더 뛰어놀게 하는 분위기이다. 물론 여기도 사교육이 존재하고, 소위 돈 있는 집안은 아이를 보딩스쿨 즉, 사립학교에 다니기도 한다. 이런 건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것이고, 내가 얘기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한국의 교육열과 비교했을 때 캐나다가 더 교육이라는 본질에 충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이 다 나쁜다는 얘기는 아니고 장점도 물론 존재한다.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발전하는 기술적 시스템과 빠른 시간 내에 스파르타식으로 배우려면 한국의 교육 시스템만큼 것이 없다. 토플, 토익, 아이엘츠 같이 점수를 만들어야 되는 상황이 해당되겠다. 아무튼 '아이들 교육'이라는 면에서는 풀 밭을 뛰어노는 송아지처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곳이 캐나다이다.
집 한 채 장만하기. 이건 이루고 싶은 나의 목표 중 하나 이기도 한데, 이민을 와서 살기 시작한다면 일단 살아야 할 집이 있어야 되는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의 대도시라 할 수 있는 토론토와 밴쿠버는 상당한 부동산 버블이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외국 자본(중국)이 이렇게 올려놨다는 설도 있고 말이 많은데 어쨌든 방금 언급한 큰 도시에 살지 않는다면 어떤 형태로든 집 장만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라 생각된다. 안타깝게도(?) 밴쿠버는 날씨가 온화하다는 (대신 비가 엄청 많이 옴) 장점이 있어서 많은 은퇴자들이 타 주에서 넘어오기도 하고 큰 도시의 일반적 장점인 많은 일자리 때문에 아무래도 사람이 몰리는 특징이 있다. 부동산 시세가 떨어지는 추세라고는 하나 버블이 아직 터진 상태는 아니고 이렇게 부동산 마켓 가격이 높게 설정되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렌트비도 높게 설정이 되어 있다. 내가 방금 언급한 렌트비란 한국처럼 보증금을 내고 낮은 월세를 내는 것이 아닌, 보증금이 전혀 없는 월세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달 내는 월세가 아주 비싼 편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하철 근처 아파트 방 하나짜리 약 500-600 square feet 이라면 최소 $1400-1500 정도이다. 그렇게 때문에 이 월세를 내느니 하루라도 빨리 돈을 모아 모기지를 시작할 목돈을 마련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군다나 밴쿠버가 속한 BC 주는 타 주에 비해 더 높은 세금률, 연봉은 더 낮은 편이라 돈 모으기가 만만치가 않다.
캐나다는 전반적으로 조용한(?) 나라이다. 한국처럼 밤늦게 문을 여는 술집도 없고 빠른 배달도 없다. 유흥, 즐기려면 즐길 수 있겠지만 아마도 한국만큼 활기 넘치고 24시간 돌아가는 식당/가게가 많은 곳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친구들과 술 마시기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면 한국보다는 그 재미가 좀 덜할 수 있겠다. 만약 아무런 취미가 없다면 굉장히 지루하고 따분한 생활이 될 수 있는데, 비가 연중 자주 오기 때문에 차가 없는 경우라면 돌아다니는 것조차 꽤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과 잘 어울리고 취미가 있어서 개인 시간을 활용할 줄 안다면 오히려 이만한 곳이 없다 생각한다.
기타 이 밖에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쓰다 보니 나의 주관적인 경험과 상황으로 몇가지 행복 요소들을 뽑았다.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고 어느 한 가지가 충족되면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하고, 어느 곳이나 완벽한 곳은 없나니 본인의 위치에서 어떤 일이던 최선을 다할 때 행복감이 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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