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요소가 언어였다. 전화영어, 회의 영어, 이메일 영어 등등 갑자기 몰려오는 영어의 폭풍 속에 영어 학원을 다시 다녀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걱정이 많았었다. 아직도 입사 첫날 4-50개의 전화 리스트를 받고 고요한 오피스에서 전화 다이얼을 누르던 그 떨림을 잊을 수가 없다. 4년이 지난 지금 그렇다고 그 고민이 싹 다 사라진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눈치가 늘었는지 영어는 그냥 그려려니 익숙하다. 하지만 업무에 점차 익숙해지고 연차가 쌓여 갈수록 단순 영어보다는 문화적인 차이를 더 실감하고 고민하게 된다. 승진이라던지 본인의 커리어 목표에 더 다가가야 되는데, 이걸 어떻게 어필하고 협상을 하는지 그리고 동료들과의 관계에 대해 신경을 쓰기도 한다.
회사에서 느끼는 문화적 고충(?) 몇 가지를 들어보겠다. 참고로 내가 다니는 회사는 캐네디언 회사이다. 영어를 제1언어로 쓰지 않는 사람은 나와 말레이시아계 아저씨 한 명이다.
1) 잡담과 농담하기
여기는 직장 내에서 잡담을 많이 한다. 그냥 사소한 이야기. 주말에 뭐했고 자기 아들이 딸이 어떻고 저렇고 날씨가 어떻고 휴가가 어땠고. 근데 나는 이게 좀 힘들다. 일단 나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렇다 보니 할 얘기가 없거니와 나는 묵묵히 내 할 일만 하는 편이라 특별히 물어보거나 업무적으로 요청할게 아니면 다른 사람 오피스에 잘 가질 않는다. (우리 회사는 각자 오피스에서 일한다.) 바쁘다면서 계속 다른 사람들이랑 탕비실에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신기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나같이 말없이 일만 하는 성향이 이곳에선 별로 좋지 않다. 어느 정도 농담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 게, 이곳에선 필수이기 때문이다. 내 성격 자체가 내성적인 편이긴 하나, 영어까지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꼭 영어를 써야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솔직히 말해 먼저 잘 다가가질 않는다. 그래서 이런 점을 고치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특히나 농담 같은 거는 쉽사리 끼어들기가 힘들다. 일단 여기서 쓰는 농담을 들어도, 여기 웃음 포인트가 어디지??라는 생각이 들거나 아니면 외국인으로 절대 알 수 없는 농담들이 많다. 내가 직접적으로 같이 일 하는 동료들은 50대 백인들 아마 나이에 따른 문화/세대 차이도 존재한다.
2) 말하지 않으면 몰라
이곳은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절대 알아주질 않는다. 원하는 게 있으면 말을 해야지 안 그러면 아 쟤는 괜찮은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거다. 특히나 연봉이라던지 승진, 업무 영역 등등 이런 것에 할 말이 있다면 말을 반드시 해야 한다. 아직까지 내게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돈에 대해 해 먼저 얘기를 하기보단 매니저가 직원의 업무 능력을 먼저 인정하고 직원이 자신감을 얻어 얘기를 하는 분위기라면, 여기는 내가 나의 능력에 대해 얘기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러이러한 것을 원한다 라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다 보면 그냥 그대로 가는 거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화를 통해 원하는걸 더 요구하면 더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 간에도 누가 더 연차가 있던 지 간에 연봉 차이가 나는 경우가 굉장히 흔하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표현이 딱 맞다. 따라서 본인이 성과를 내고 어필할 점이 있다면 그때 바로바로 요구를 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3) 자신감
한국에서 약 3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무조건 매니저 말에 네네 하는 환경에 있다 보니, 매니저 말이 맞고 시키는 데로 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뿐만이 아니라 12년 정규 교육 과정에서 우리는 항상 순종할 것을 요구받아왔고 이걸 한순간에 뜯어고치기가 힘들다. 한국에서는 알아도 모르는 척. 칭찬도 아니라고 손사래 치는 게 겸손으로 여겨졌다면, 여기는 몰라도 아는 척을 하는 게 아주 흔한 풍경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여기서 얘기하는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신감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자 큰 장점으로 여겨진다. 죽도록 일만 하는 게 잘하는 게 아니라, 매니저랑 가벼운 대화도 많이 하면서 평소 자신감을 보여주는 게 오히려 빠른 승진으로 가는 비법이다. 위에 언급했듯이 말없이 주어진 일은 잘 해내지만 주변 사람들과 대화/농담 없이 오피스에만 있는 모습이 자신 없는 모습으로 비치는 모양이다. 또한 내가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나는 영어를 쓸 때 굉장히 친절히, 예의 바르게 말을 하는데 이게 어떻게 보면 부드러운 (soft) 말투여서 자신감이 없다고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이상하게 나는 한국어를 쓸 때랑 영어를 쓸 때의 성격(?)이 좀 다른데, 영어를 쓰면 좀 더 친절한 사람이 된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고치고 싶은데 잘 되질 않는다.
직장을 들어가 학교도 다니고 나름 캐나다 문화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시작은 직장 생활이 시작되면서부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캐나다 회사에 들어갔다고 처음에는 그저 좋고 다 이루었노라 했는데 그곳에서 살아남기가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다는 걸 차츰 느껴간다. 한국이던 캐나다던, 어느 곳에 있던지 장단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위치한 곳에서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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