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시사

내 친구의 커밍아웃

Amberrr 2019. 6. 19. 14:52

직장 동료이자 친구인 Y(여자)는 내게 오늘 커밍아웃을 했다. 

누군가가 내게 커밍아웃을 한 적이 처음이라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살~짝 머리가 하얘지다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을 때쯤, 혹시 내가 그 동안 말 실수 한게 없는지 재빨리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나: 쟤 Dustin 게이야?

Y: 왜? 모르겠는데?

나: 몰라 그냥 말하는게 되게 여자같애.

Y: 그런가? 만약 게이면?

나: 나띵. 그냥 그런가해서

 

왜 직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개인의 감정/의견을 얘기하지 말라고 하는지 비로서 체감하게 되었다. 성소수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이, 가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누가 동성애건 말건 내 인생이 아니라 내 알바 아니지만, 만약 혹시라도 내가동성애에 대한 혐오 발언이라던지, 거부 반응을 보였더라면, Y는 나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당신의 인사권에 영향을 주는 메니저라면? 

 

Y랑은 회사에서 여러가지 시시콜콜한 얘기를 많이 나누는데, 어쩌다 같이 사는 룸메이트에 대한 얘길 하게 되었다. 나는 예전에 같이 살았던 룸메이트랑 너무나 다른 생활 패턴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너의 룸메는 깔끔하니? 청소 규칙은 있니? 직장인이니? 뭐 이런저런걸 물어봤었는데, 아마 나의 이런 질문때문인지는 몰라도,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사실 자기 룸메가 여자친구라는 말을 꺼냈다. (이 친구와 나는 동네도 같아서 출퇴근 카풀을 한다) 이제부터 누구든지 간에 너무 사적인 질문을 묻지 말아야 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왠지 내가 이 친구를 너무 불편하게 만든거 같다...... 

 

안그래도 벤쿠버에는 많은 성소수자들이 살고있다. 캐나다 자체가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인데, 다운타운에 게이 스트리트가 있기도 하고 1년에 한번씩 게이 퍼레이드도 한다. 많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이 친구가 게이일 줄이야. 달라질거는 아무것도 없다. 단지 내 인생의 레즈비언 친구 1호 Y를 절대 못잊게 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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