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시사

JMS 이단 교회를 (모르고) 다녔던 이야기

Amberrr 2020. 3. 23. 12:20

 

요새 신천지에 대해 말이 참 많은데, 생각해보니 대학교 2학년 때 후배를 따라 이단이라 여겨지는 JMS에 한 동안 다녔던 적이 있다. 한  8-9개월 그 교회를 다녔었는데, 사실 나에게는 그렇게 세뇌가 될만한 요소가 별로 없었다. 그때가 2005년도였는데 아마 내가 너무 단순하고 생각이 없이(?) 다녀서 세뇌가 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다. 난 좀 4차원이다 싶을 정도로 단순했었다.

 

신천지가 논란이 되면서 그곳에 있다가 나와서 신천지의 위험성에 대해 강의하는 목사님의 강의를  최근 인터넷으로 보았는데 내가 경험했던 JMS와 포교 방법이 너무나 비슷해서 마치 내가 겪었던걸 얘기하는 듯했다. 포교 방식은 비슷한데 신천지가 더 체계적이고 조직화되어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요즘 스마트폰을 모두 가지고 있고 뭐든 진화 하기 마련이니. 

 

내게 JMS교회를 가자고 했던 후배는 같은 과이자 동아리 후배였는데, 처음 동아리에 들어왔을 때부터 신앙심이 참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술, 콜라 이런 거 안 마시고 금요일에 동아리 회식 있을 때도 예배 가야 된다고 그 동아리 회장 오빠한테 말을 하고 교회를 가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콜라는 왜 거기서 마시지 말랐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그 친구가 콜라를 안 마신다길래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다. 사실 나도 어렸을 적부터 크리스천이었기에 그 친구를 보면서 나의 부족한 신앙심이 좀 부끄럽기도 했다. 나도 교회를 다니지만 난 술을 마시고 다녔기에.. 물론 지금도 가끔 마시고. 아무튼 동아리 생활하면서 후배들 밥도 사주고 친해지면서 이 후배가 내게 자기 교회를 한번 나가보지 않겠냐고 했다. 우리가 다니던 학교는 정릉에 위치해 있는데 교회는 대학로 쪽에 있다고 얼마 안 걸린다며 교회 사람들이 너무 좋고 가면은 기타라던지 피아노 이런 악기를 배울 수 도 있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제안을 하길래 담에 한번 가보겠다고 했는데 바로 이 친구가 이번 주 수요일, 목요일 어때요?라는 식으로 바로 약속을 잡아버렸다. 

 

그렇게 약속 날 같이 버스를 타고 그 교회를 갔는데, 특이한 거는 교회 간판과 십자가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냥 주택가 허름한 건물 2층에 위치했는데 전혀 교회라는 게 티가 안 나서 교회 같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들어간 후 후배가 교회 사람들을 소개해줬고 인사하고 밥도 먹고 그랬던 거 같다. 그리고 특이했던 점은 예배 볼 때 남/녀가 따로 앉았었다. 그곳의 총책임자 같은 여자 전도사가 한 명 있었는데 나중에 이분과 따로 대화도 했고 후에 1:1로 성경 공부를 했다. 일주일에 한 2번 정도 평일에 가서 성경 공부하고 사람들이랑 밥 먹고 그랬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행사 때도 오라고 해서 갔었었고. 이 분과 상담 비슷한 대화를 할 때, 교회에서 발행하는 교회 소식 잡지를 보여주면서 교회 본부가 대전에 있다고 하면서 엄청 좋다고 나중에 꼭 같이 가자는 얘기를 했었다. 나중에 교회 애들이 전부 새벽에 대전의 교회를 갈 때 엄청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나는 집에서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그 새벽에 도저히 갈 자신이 없어서 계속 거절을 해야만 했었다. 

 

그 전도사님이 성경 공부를 가르칠 때 나는 노트 필기를 하면서 강의를 들었는데, 종이 전지 사이즈에 제1강, 2강, 3강 이런 식으로 그림이 그려진 강의 자료를 걸어놓고 성경 말씀을 찾아보면서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그 강의가 총 30인가 60강으로 이루어졌었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 난다) 모든 내용이 다 기억은 안 나는데 성경을 해석하는 방식이 일반 교회와는 좀 달랐고 성경은 비유로 써져있기에 이걸 풀어야 된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잘해주지 않는 성경에 대해 해석을 해주니 신기하고 재밌어서 계속 그 강의를 받았다. 말 그대로 '이단'. 그 끝이 조금 다른다는 뜻인데 강의를 듣는 동안 크게 다르다고는 못 느꼈다. 강의 중간에 재림 예수에 대한 강의도 있었고 나중에 정명석의 사진을 보여줬었다. 목사님이라고는 안 했고 선생님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걸 듣고 난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마는 수준이었는데 교회 친구들이 정명석에 대한 자랑을 엄청 많이 했었다. 역시 나는 많이 단순했나 보다. 결국 강의 끝까지 갔는데 거의 마지막으로 들었던 게 '이단론'이었다. 그 마지막 강의에서 자기네 교회도 이단으로 의심을 많이 받고 있고 언론에 방송도 되었지만 이건 전부 짜깁기이고 억울하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인터넷에 찾아보지 말라고 했는데 당연히 나는 집에 가서 열심히 찾아봤다. 대체 이게 무슨 교회인지. 이때까지 교회 이름이나 종파도 모르고 다녔기 때문이다. 

 

내가 배웠던 성경 강의 내용으로 검색을 해서 결국 찾았는데 처음에는 '통일교'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통일교를 모르지만 대충 비슷한 성경 해석이 나왔던 걸로 기억이 난다. 더 깊이 찾다 보니 JMS이라고 결론이 났다. 그날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까지 다 보았고 저녁 문자로 더 이상 교회를 나가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전화가 엄청 오고 나중에 나를 설득하러 학교에 까지 와서 대화를 했었다. 설득했던 말 중 기억나는 말이, 네가 알게 된  교회 사람들이 다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느냐. 나쁜 나무에서 나쁜 열매가 날 수 없듯이, 네가 본 사람들이 열매이다. 그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면 그 나무 또한 좋은 나무가 아니겠느냐. 이런 논리였다. 나는 그냥 아니면 아니기에 무 자르듯이 그렇게 JMS 교회를 나가는 건 끝이 났다. 

 

또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그 교회에 갔을 때 벽에 액자가 하나 걸려있었는데, 아래 이미지와 같은 글씨체의 성경 말씀 같은 게 써져있었다. 우리 선생님이 쓴 거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 글씨체는 후에 내가 다시 한번 우연히 방문한 교회에서 JMS 교회임을 확인하는 단서가 된다. 

이때가 2005년 4월? 5월부터 2006년 1월에 있었던 일이다. 아 그리고 그 후배는 1학년 마치고 군대를 갔고 군대를 다녀온 후 JMS 에 더 이상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도 크리스천인지는 모르겠다. 

 

이야기는 아직 끝이 아니다.

그 후 나는 졸업을 하고 2010년도 7월에 경기도 분당에 있는 모 회사에 취업을 했는데, 집이 너무 멀었기 때문에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하기 시작했다. 집 가까운 주변에 교회를 새로 다니려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다 보니 한 교회가 진짜 집 앞 3분 거리에 있길래 주일에 혼자 방문을 해보았다. 이상하게 이곳도 간판이 없었다. 긴가 민가 하고 상가 건물에 올라가 봤는데 예배가 막 끝났는지 사람들이 나오길래 들어가 보았다. 역시나 십자가도 없었다. 설마 설마 하고 주보를 들어봤는데, 주보 첫 페이지에 위에 저 액자에 있었던 글씨체가 떡하니 있는 게 아닌가. 그 길로 바로 도망 나왔다. 

 

생각보다 이단 교회들이 많이 퍼져있다고 느꼈다. 지금은 심지어 더하겠지. 아무튼 8개월 동안이나 다녔던 교회가 이단이었다는 사실은 조금은 충격이었다.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이 멍청해서 빠지는 건 아닌 거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은 정말 다양하겠지만 아무래도 신앙심이 있고 성경에 대해 갈증이 있는 사람들이 더 쉽게 빠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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