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이인증 - Depersonalization

Amberrr 2020. 10. 25. 17:30

어렸을때 나는 항상 불을 끄고 잠을 자야할 때면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안와 최소 30분에서 알 수 없는 몇시간을 뒤척이며 괴로워하는 아이였다. 물론 지금은 곯아 떨어질때가 많지만, 어렸을때는 유독 자기 전 불을 끄고 깜깜할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대부분 걱정과 두려움이었던거 같은데, 그렇게 잠이 안와서 눈을 감고 있다보면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는 이상하고 묘한 상태를 경험하곤 했다.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감정 상태인데, 설명을 하자면, 나와 가족들의 관계 그리고 내가 어디에 살고 어디 초등학교를 다니고 하는 이러한 사실들이 마치 다른 사람의 인생같이 느껴지는 기분이다. 한마디로 내가 제 3자가 되어서 내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보고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되나. 참고로 유체이탈 이런것은 전혀 아니고, 암튼 설명하기 애매한 기분이었다. 


이런 현상이 언제 까지 지속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확실한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였고, 특이하게 낮에는 일어나지 않고 거의 항상 밤에 누워서 잠이 안올때만 이런 경험을 했다. 사실 언젠가 부턴 이런것이 없어졌기에 신경쓰지 않고 살았는데, 최근 호기심에 "제 3자가 된것 같은 기분" 이런식으로 검색을 했다가 이게 일종의 정신장애 라는 위키백과를 검색 결과를 찾게 되었다.


'이인증' 영어로는 Depersonalization 이라고 하는데 위키피디아에서 자세히 설명을 하고 있다. 불안 스트레스 또는 트라우마에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럼 내가 이런 증상이 나타난 원인인 스트레스는 무엇일까 생각했을때,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말할 수가 있는데 바로 어려을때 경험했던 성희롱이다. 이것 말고는 나의 유년시절 별다른 스트레스 이유를 찾을 수 가 없다. 


어렸을때 성희롱을 당한것은 총 두번인데, 첫번재는 유치원을 다닐때이고 두번째는 초등학교 2학년때이다. 이 두 사건 모두 꽤 선명하게 기억을 한다. 두번째가 내겐 더 큰 트라우마였는데, 이때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특히나 밤마다 굉장히 괴로워했고, 또한 그 당시 나는 내 다리가 썩어들어가서 절단해야 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물론 지금은 말도 안되는 생각이란걸 알지만) 내 몸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을 했다. 그 남자는 내가 어느 아파트에 살고 어디 학교를 다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혹시 학교로 찾아오진 않을까 한 동안 불안해하기도 했고, 그 사건이 일어난 시작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여서 엘리베이터를 낯선 성인 남자와 단둘이 타는걸 아주 무서워 했었다. 한번은 그 범인과 상당히 닮은 사람을 보고 울었던 적도 있었는데 결국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야 엄마에게 털어 놓았었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이걸 엄마한테 얘기하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애기를 꺼내야 할지 시작을 어디서 부터 해야할지 등등..


20년이 넘은 일들이라 시간이 약이라고...나는 더이상 어린 소녀가 아닌 성인이 되었고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지만 되돌아 보면 확실히 힘들었던 시간이었던듯 하다. 가끔 내가 어렸을때 경험했던 제 3자가 된 기분이 대체 무었있을까 궁금했는데 이렇게 조금의 단서를 찾으면서 나의 어렸을적 상처를 - 아니지 흉터를 들춰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흉터는 없어질 것 같진 않다. 이러이러해서 이런 흉터가 있었지..라고 지금은 얘기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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