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나의 캐나다 직장 생활에서 처음으로 동료가 해고되는 것을 목격했다. 요즘 IT업계에 칼바람이 조금씩 분다지만은 아직까진 내가 속한 건설업계는 아직 괜찮은듯 하다. 사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지만...아직은...잘 느껴지진 않는다. 최근에 목격한 해고는 정리해고의 목적이라기 보단 그 동안의 퍼포먼스와 약간의 드라마가 불을 지핀것 같다.
얘기하기에 앞서, 현장 건설팀은 크게 두개의 팀으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Site Management, 다른 하나는 Project Management 팀이다. 말 그대로 사이트 메니지먼트는 현장의 모든 시공을 관리하는 팀인데 공사 시케쥴, 공사 기술, 하자.보수, 안전 등등 현장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안전팀을 따로 볼 수도 있음) 현장에 문제가 있거나 정보가 필요할때 협력업체들이 가장 먼저 연락이 가는 팀이다. 포지션으로는 Superintendent, foremen, carpenter, labour 등등 주로 현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프로젝 메니저팀은 사이트 팀이 일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서포트를 한다고 보면 된다. 계약 관련 업무 (입찰, 견적, 계약 변경), 스케쥴 업데이트, 도면 관리, 샵드로잉 관리, RFI 등등 각종 서류 작업이 요구된다. 포지션으로는 project manager, project coordinator 가 가장 흔한 형태이고 회사 마다 주니어, 시니어가 붙기도 한다.
암튼, 해고됐다는 이 친구를 A라고 부르겠다. A는 assistant superintendent로 일했는데 콘크리트 건물이 다 지어진 후 각종 마감재가 들어갈때 이 마감이 공사 스케쥴에 맞게 돌아가는 책임을 지고 있다. 참고로 마감이란, 페인트, 타일, 캐비넷, 바닥 라미네이트, 가전제품, 블라인드 등등 콘크리트 뼈대가 다 끝난 후 들어가는 모든 자제를 이야기 한다. 공사 스케쥴이 굉장히 중요한데 만약 스케쥴이 지연된다면, 즉 협력업체들이 따라 주질 않는다면 아무래도 현장팀으로서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게된다. 공사 스케쥴을 맞출라면 전략적으로 어떤 방법을 써서든 (당근 또는 채찍) 마감을 맞춰야 되는데 일단 이 스케쥴이 매주 늦춰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프로젝 메니지먼트팀이 나서서 협력업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사실 프로젝 메니지먼트 팀은 공사 스케쥴을 업데이트해주고 소프트웨어적인 기술로 도와주긴 하지만, 협력업체를 직접 압박한다거나 이런건 하지 않는다...이러면서 A의 뭐랄까...자질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개인적으로 스케쥴 지연이 난 이 친구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A의 직속 메니저도 어느 정도 책임을 있으며 그를 품어주지 못했고,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퍼포먼스 면에서는 이런 문제가 있었고, 그 다음에 얘기하는건 인성에 대한 얘기이다. A는 중앙아시아쪽에서 이민 온 친구인데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또는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들) 이민온지 나보다 더 됐었으니 최소 12-15년은 됐다. 나도 그렇지만 오래 살았다고 액센트가 없어지는건 아니기에 이 친구도 꽤 강한 억양을 가지고 있다. 모국어가 러시아어 계열이라 그런지 말투도 좀 쎈편인데, 글쎄 그냥 단순 액센트는 아닌데 성격인지 국민성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화법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사람이 느끼기엔, 특히나 협력업체 사람들이 느끼기엔, 좀 무례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듯 하다. 무례 또는 오만하게 들린다고 해야되나. 뭐 나야 이해 관계가 없으니 내겐 항상 나이스했지만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라던지 일이 뜻대로 안될때는 말이 좀 막나갔던거 같다.
지난 주였나? 사무실에 있는데 A와 그의 팀 Foremen 이 언쟁을 하며 들어오는 걸 들었다. 미팅룸에서 꽤 언성이 높아졌는데 이게 본사에까지 얘기가 들어간듯한다. 사실 언쟁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퍼포먼스에 대한 의구심과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면서 결국 해고까지 간거 같다. 근데 사실 말다툼 정도는 할 수 있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데..흠...보통 A는 사무실에 찍 오는데 이날 내가 막 사무실에 도착해서 컴퓨터 로그인을 하고 있는데, 내 옆방 동료가 살금 살금 오더니 A가 지금 짐을 싸고 있다고 하는게 아닌가. 벙찌긴 했는데 내가 오기 좀 전에 그의 메니저가 그를 사무실에 불러놓고 얘기한것 같다고 짐을 싸서 나가는걸 봤으며 그의 책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내심 A가 짐을 차에 두고 다시 와서 작별인사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아무 인사 없이 떠났다. 하긴 인사할 기분이 아니겠지...나같으면 개짱나고 눈물 났을수도... 이 친구 결혼도 하고 애들도 두명인데...암튼 나도 기분이 좀 그랬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동료가 떠나게 된게. 나한테 귤도 주고 한인마트에서 산 뻥튀기도 주고 그랬는데...;; 근데 이 친구도 이런일이 있기 전에 어느정도 눈치는 챈거 같다. 왜냐면 그 동안 본사에서 사이트 메니징하는 (인사권이 있는) 메니저가 몇번와서 미팅을 했기에, 어느정도 언니는 준듯 한다. 뭐 그래도 고용보험 나오니까 다른 직장 구할때까진 그래도 수입이 있겠지...다른 더 좋은 곳으로 다시 취업했으면 좋겠다.
아 근데 이 친구 짤린 그날 아침. 소문은 정말 빠르다를 실감했다. 우리랑 같이 일하는 협력업체 드라이워 foremen 이 바로 이 빈자리에 자길 고용하라고 들어와서 어필하고 감..ㅋㅋㅋㅋㅋㅋ 시니어 수퍼한테만 얘기한건데 벌써 우리팀에 이 소문이 다 났다. ㅋㅋㅋㅋㅋ개빠름...말조심해야함